필름사진
2008/08/04 01:28 은채가 태어나기 바로 전에 필름카메라를 다시 입수했던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나의 시신경을 지배해온 디지털화상들의 날카로움이 싫었던 탓인지, 아니면 빛의 직접적인 흔적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반드시 아이의 성장을 필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전 비가오는 날 친구녀석과 같이 전통가옥을 답사하며 빗속에서 한손으로는 우산을 받쳐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리저리 애써가며 필름을 교환하던 그 노력의 끝맛이 아직 남아있었던 탓도 있었을 것이고, 열광적으로 빠져들었던 건축가의 공간 속에서 여러가지 앵글과 싸워가며 흘렸던 땀도 기인할 것이며, 혹은 학교 암실의 ILFORD용액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빛의 산물들을 쳐다보며 신기해하던 기억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여하튼 아이가 태어나기전에 이것저것 고민하며 필름카메라바디를 체크하던 그 설레임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무엇인가 소중한 순간들을 남겨보고 싶다는 그 막연함 말이다...
필름과 디지털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닥친 상황을 요리할 수 있는 제한된 컷수'일테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빛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마인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빛을 받아들인다는 말이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속에 남길 어떠한 순간을 꽤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서 35mm 은염위에 기록되는 흔적에 목을 메는한 그 대상에 반사된 가시광선을 받아들인다는 것 이외에 더욱 적합한 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빛의 흔적...
하나님에 의해서 첫째날 가장 먼저 만들어진 소중한 기작. 그것은 아마도 내가 사랑하는 대상과 오브제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하게하고, 따스한 의미의 색을 부여하며 또한 울어도 슬프지 않을 시간에 대해서 새롭게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제한된 컷수 때문에 마음대로 연사를 날릴수 없어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는 그 순간들을 사랑한다. 자세히 관찰하면 할수록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열렸다가 닫히는 셔터와 그 대상을 사랑한다. 루뻬를 대고 보아야 읽을수 있는 표정들이 필름의 은염에 녹아서 퍼져나간 그 작은 흔적들을 사랑한다.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내 손으로 그것들을 만질수만 있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