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지만 얇은...

2008/08/21 01:26

  집안에 식구가 늘어나면서부터 더욱 애착을 갖게된 사진이라는 것 때문인지, 최근에는 사진 기법이나 구도 혹은 컬러매치나 윤곽같은 것에 나도 모르게 신경쓰게 되는 것 같다. 디지털인지 필름인지는 별로 신경쓰이지 않지만 사람의 눈을 제대로 찍었는지 아닌지, 연출인지 캔디드인지 혹은 담고 싶어서 찍었는지 찍고싶어서 담았는지 등의 자잘한 사정들이 나도 모르게 뇌속에 장전이 된다.

  디지털이미지가 날카롭다고하지만, 날카로운 것은 시각이 아니라 시간이다. 인간의 부족한 점들을 보충해주는 과학문명의 산물들은 발가락 사이의 때까지 제거해주는 포근함으로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해주지만, 가려운곳을 계속 긁다보면 시원함이 괴로움으로 바뀌듯이 수많은 편의의 촉수들이 인간의 피부를 따갑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나보다 오래 산 사람들이 말하는 그 따뜻함이라는 것.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 서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점을 공유하고 있듯이 , 인간이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가 까닭모르게 거꾸로 되돌아오기까지 적용되는 어떠한 함수식은 앞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교차점을 계산해낼 것이다. 너무 빨라서 설익은 것도 아니고 너무 느려서 타버린 것도 아닌 적당한 속도의 문화말이다.

  '가격표가 붙은 물건들을 내가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하여 즐거워하였던 것은 불과 몇개월 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이 오시이마모루의 최신작인 이노센스의 3D보다 공각기동대의 낮은 프레임레이트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은 방법의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인간 스스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날카로워져야하는 상황이 수요와 공급의 교차점에 다다랐다면, 이제 더이상 칼날 끝을 만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가 사랑하는 것에 내가 가진것을 쏟아붙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어떠한 것이라도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 같다.